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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트친이_주는_첫문장으로_글쓰기 / 내가 마주한 너는


*글 내용과 현실 인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.

*글 내에 나오는 관계는 가족 혹은 선후배, 친우, 동료 관계입니다.

*20000%날조입니다.

*뜰팁 장기상황극 밤을보는눈의 야괴 공룡님의 시점입니다.





     내가 마주한 너는 올곧지 못한 이를 어설프게 모방하고 있을 뿐이었다. 스스로가 이기적이며 자신을 위해 살고 있다 이야기 하지만 결국엔 남을 위해 제 목숨따윈 어찌되든 던져버리는 이가 아니던가.


     본래라면 여전히 동업자이면서, 한 명의 구원자인 척 네 곁에서 더 이용해먹을 수 있었을 테다. 아니, 아직 이 썩어빠진 규율을 부숴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힘이 필요했다. 하지만 네 모습에 괜한 구역질이 올라왔다. 네가 이 바다를 멀쩡히 건너는 걸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을까. 아무리 이미 살아있는 자라 하더라도 그 운명이라 말하는 윗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리 안전하게 건널 수 없었을 테지. 제 자신은 죽어서 또한 남을 위한 삶으로 힘들게 지내야 했고, 남의 고통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편히 살아가는 녀석들의 계급을 정하듯 말이다.


 "하!" 


     짜증이 났다. 너 또한 인간으로서가 아닌, 범혼으로서 만났다면 그 부엉이 녀석과 다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. 오히려 그 부엉이 녀석 대신 제 첫 대상이 네가 됐었을 지도 모르지. 그리 생각하니 짜증으로 가득했던 감정에 알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. 


     그래, 오히려 그 곳에 네 녀석이 없었다면 더 이곳의 규율을 부술 계획이 완벽해졌을 것이다. 살려보내는 것이 아니였어. 이미 제 자신이 야괴임을 알고 있을 테면서도 어느 하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또한 규율을 정하는 녀석들의 오만함이겠지. 그들의 오만함에 스스로 자멸할 수 있도록, 네가 바다를 건너기 전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잡아먹던가... 혹은 야괴로 만들어 순종적이고 능력좋은 부하로 두어야했다. 


"하지만 이제 늦었어." 


     제 모든것은 이제 네가 알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. 이제 해야할 것은 모든 것이 밝혀지기 전, 대비할 수 없도록 일을 진행해야했다. 밤 거리를 비출 달빛마저 그림자에 덮힐 시간이 찾아왔다. 


     그래도 한 순간의 정이 있으니 적어도 죽음 만큼은 편히 보내줘야겠지. 부디 이것이 한때의 동업자이자 구원자로서 보내는 호의를 기쁘게 받아주길 바랜다. 네가 모아둔 그 봉인석으로 인해 이 저승과 이승의 흐트러진 경계로 모든 것이 멸망하게 될 줄은 몰랐을테. 모든 것이 네 탓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네 모습 또한 꽤 흥미가 일었지만, 아무것도 모른 채 죽는 것이 내가 주는 최고의 배려였다.


"모든 것이 뒤바뀔 시간이야."


     영혼에 대한 굶주림이 자신을 재촉시켰다. 수많은 인간들의 영혼을 잡아먹었음에도 굶주림은 해결되지 않고 이성 또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. 이제 모든 것이 제 계획대로 돌아간다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. 




 * 




     너는 결국 내 마지막 배려마저 놓아버렸다. 그래, 너도 그 부엉이 녀석과 같은 동류였지. 아무리 악인의 탈을 쓰고 악인을 모방하더라도 선인이 악인이 될 수 없을테고. 그 사실을 다시끔 깨닫자 짜증이 돋아 주체할 수 없는 폭소가 쏟아져 나왔다. 처음부터 동료라 생각했던 것은 나 자신만의 착각이었다. 처음부터, 어떤 상황에 있었더라도 우리는 결국 적이였음을.


     마지막까지 네가 걱정하는 것은 네 목숨따위가 아니었다. 본래 악인이었다면 세계가 어찌되든간에 제 목숨이 가장 우선적이었을텐데. 제 목숨따윈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그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. 오히려 제 능력쯤이면 세계를 지킬 수 있다 생각한걸까. 괜히 제 자신을 우습게 보인 것 같아 비웃음이 올라왔다. 


 "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, 영웅 퇴마사." 


     애초부터 내 배려를 받았다면 지금에서도 우린 동료일 수 있었을텐데. 너무 큰 기대였을까? 물론 너라면 범혼이 되어서, 모든 기억도 능력도 잃는다 하더라도 다시끔 제 앞을 막아섰겠지. 



     그래. 마지막까지 네가 선인으로서 나를 막아서겠다면, 나 또한 마지막까지 악인으로서 내 할 일을 다하겠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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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짐  (0) 2020.06.2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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